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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평
  서평-노래극의 연금술사(오해수 지음)
  2013-08-26 09:45:32
  652
  정천식

 

 

 

Maria Jeritza sings "Vissi d`arte" from Tosca by Giacomo Puccini
recorded in 1927

 

 
 
올 여름, 음악에 대한 저술이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우리 나라에서 귀한 책이 나왔다. 오해수 작가의 『노래극의 연금술사, 자코모 푸치니의 삶과 음악』이라는 책이다. 2011년 12월에 출판된 『혼을 깨우는 음악』에 이은 1년 반 만의 일로, 전업 작가로서도 이뤄내기 힘든 피와 땀의 결실이다. 음악에 대해 뭘 공부를 하고자 해도 국내에 자료가 일천하여 대부분 외국의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네 문화적 풍토에서 이 같은 책이 나왔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며, 작가의 음악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소명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Mirella Freni sings "Si mi chiamano Mimi", Scala, 1965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 음악에 관한 글들을 살펴 보면 한심스럽기가 이를 데 없다. 부정확한 자료는 차치하더라도 무분별한 무단전재(武斷轉載)가 횡행하고 있고, 원 저자의 허락도 없이 원 저자를 밝히지도 않은 채 마치 자신의 글인 것처럼 버젓이 게시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베낀 글이 다 그렇듯이 잘못된 정보는 물론 오자나 탈자도 그대로 복제되고 있으며 그나마 그 내용들도 대부분 단편적인 지식에 머무르고 있다. 내용적인 깊이를 갖춘 글은 무척이나 드물다.
 
서양음악이 우리 나라에 들어 온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상아탑에 안주한 음악인들은 음악의 기초적인 기반을 마련하는데 게을리하였고, 소위 돈이 되는 강의교재를 중심으로 저술이 행해져 왔음을 통렬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의 음악교육이 대부분 연주(기악과 성악)를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교수들의 연주회 발표가 논문을 대신해온 관행은 음악의 기초적인 기반을 취약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음악인들의 이러한 직무 유기는 그 도를 한참 넘었다. 뭐를 알고자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딛으면 눈 앞이 바로 깜깜한 절벽이다. 자료고 뭐고 제대로 갖춰진 게 하나도 없다.
 
 

 

Renata Tebaldi "Un bel di vedremo" , Madama Butterfly
 
 
2002년에 출판된 오해수 작가의 『신의 소리를 훔친 거장』이 서양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 5명 - 모차르트, 베토벤, 바그너, 베르디, 푸치니 - 의 삶과 음악세계에 대한 개괄적인 고찰이라면, 이번에 나온 책은 그 범위를 좁혀 푸치니에 한정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푸치니의 삶과 음악에 대한 대표적인 길잡이가 되는 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책은 푸치니의 전기라고도 할 수 있고, 푸치니의 음악 세계에 대한 안내서 내지는 비평서라고도 할 수 있고, 푸치니의 음악에 대한 교양서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형식은 소설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임의로 지어낸 픽션이 아니라 그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소설 속의 내용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푸치니의 삶과 음악을 조망하는 방법으로 작가는 판타지 소설의 형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푸치니의 삶과 음악에 대한 관점을 시공을 초월하여 전개하는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학술적인 내용이라면 딱딱하여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힘들 것이며, 에세이 형식 역시 인간의 깊숙한 곳에 감추어진 내면세계를 조망하는 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푸치니의 음악에 대한 작가의 관점과 푸치니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소설 속에 녹여낸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푸치니에 대한 작가의 사랑을 판타지 소설 형식을 통하여 풀어나간 점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Licia Albanese-"Sì, Mi chiamano Mimì"; La Boheme, 1938
 
 
 
이 책은 우선 쉽게 읽힌다. 378페이지에 이르는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한 번에 죽 읽힐 만큼 흥미롭다. 만약 에세이 형식의 글이었다면 며칠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쉽게 읽힌다고 그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다. 푸치니는 물론 동시대와 그 이전과 이후,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음악계의 흐름까지를 담고 있다. 서양음악 전반에 대하여 깊이 있는 음악 감상과 폭 넓은 독서량,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자는 엄두를 낼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베토벤 연구가로 이름이 높았던 로망 롤랑의 전기적(傳記的) 소설 『장 크리스토프』를 떠올렸다. 이 소설이 베토벤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주인공 장 크리스토프가 베토벤과 드뷔시의 캐릭터를 섞어놓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시대적 배경이 베토벤이 살던 시대와는 달리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으로 설정하고 있어 인상주의나 표현주의와 같은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고 있고, 공간적 배경 또한 독일이 아니라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적으로서도 성공을 거둔 작품이지만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세계음악계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소설이다.
 
 
 
 

Geraldine Farrar - Madama Butterfly: "Un bel di, vedremo"
 
 
 
푸치니는 친근한 선율로 인해 20세기 음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작곡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주로 활동한 작곡가이고 작곡기법적인 면에서도 20세기의 조류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에 인기를 누리던 이국적 취향에 따라 동양적인 선법을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세계를 휩쓸었던 쇤베르크의 표현주의, 스트라빈스키의 원시주의 등의 조류를 음악에 담고 있지는 않다.
 
이 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전후에 배치하고, 가운데 부분을 푸치니의 성장과정에 따라 봄(유.소년기), 여름(청년기), 가을(장년기), 겨울(노년기)로 나누고 있다. 순례자는 상상(환상) 속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푸치니와 만나 서로 대화하면서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순례자는 이 소설의 화자(話者)로서 푸치니의 오페라에 매료된 사람이며 작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푸치니는 작가가 온갖 자료와 음악감상을 통해서 형상화한 상상 속의 인물로서 이 역시 작가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푸치니의 모습이다. 결국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순례자와 푸치니와 오해수 작가는 동일 일물이다.
 
우선 이 소설은 정보가 풍부하다. 작가가 푸치니는 물론 클래식 음악 전반에 걸쳐 폭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음은 도처에 녹아 있는 다양한 정보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 푸치니에 관한 저작이 부족하므로 아마도 이러한 정보들은 외국에서 출판된 책자를 통해서 습득했을 것이다. 또한 소설 속에 녹아 있는 작가의 푸치니관(觀)은 하루 아침에 정립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푸치니의 음악을 오랜 동안 가까이하고 사랑해보지 않고는 불가능한 성질의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행복하였다. 소설 속에 소개된 푸치니의 오페라를 하나하나 다시 들으며 작가가 의도한 바를 공감하고자 하였다. 푸치니의 3대 비극-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유명 아리아 정도만을 들어왔는데 나머지 오페라들도 하나씩 다시 들으며 푸치니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푸치니 생전에 함께 했던 성악가는 물론, 푸치니 사후에 활동했던 성악가에 대한 정보들도 소설 속에 녹여놓았는데, 소설 속에 소개된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성악가들의 노래를 유튜브(Youtube)를 통하여 들으면서 오랜만에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원문출처 : http://cultureline.kr/blog/torro
 
 
 
 

 가야금 교본(성지희)에 첨부된 시디 교환 요청합니다.
 서평-혼을 깨우는 음악(오해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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